아이학교가 월요일부터 2주간 부활절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2월에도 일주일간 카니발 브레이크였는데.
학교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ㅎㅎ
아이는 신났지만 2주간 또 뭘 해야 하나 이런저런
계획을 잡아놨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일기예보를 보니 적어도 다음주초까지는 계속 '비' 예보이다.
리스본 사람들은 여름으로 가기 전 봄에 이런 날씨를 우기라고 부른다.
포르투갈은 겨울, 봄에 비가 자주 내리고 여름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비' 예보가 있다고 해도 한국하고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비'예보가 있으면 거의 한두 시간,
때로는 반나절이나 하루 종일 내리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여기 포르투갈에서는 비구름이 지나갈 때 후드득 떨어지고 끝이다.
그런데 그 간극이 너무 극단적이다.
해가 쨍쨍한데 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래서 우산을 펴면 비가 그친다. 속도 무엇..ㅋㅋ
구름이 지나가고 해가 비친다고 해서
빨래를 널었다가는 30분도 안 돼서
다시 걷어야 하는 수고를 겪어야 한다.
비구름에 따라서 비가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이렇게 '비' 예보가 있는 날에는
아무리 해가 반짝 비친다고 해도 속아서는 안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예보가 있는데도 해가 비친다? 그래서 어 오늘 날씨 좋네 했는데
바로 10분도 되지 않아서 어두컴컴해진다.
어느 순간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길래 실내에 불까지 켜야 했는데
또 어느순간 해가 나와서 불을 꺼야 한다.
꼭 하늘에서 누가 불을 켰다 껐다 장난하고 있는 느낌이다.
비가 내리면 실내가 굉장히 춥기 때문에
라디에이터를 켜놓는데 해가 비치면 또 금방 후끈해진다.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 풍경이 하루종일 매우 다이내믹하다.
오늘처럼 강풍 해일 경보가 뜨는 날에는
바람마저 매우 세차서 구름들이 더 빠르게 움직인다.
거실에 앉아서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 편의 자연다큐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여기 사람들은 우산을 잘 쓰고 다니지 않는다.
또한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씨는 사실 우산을 쓰는 의미도 별로 없다.
괜히 비 피한다고 썼다가 비는 비 대로 쫄딱 맞고
우산은 바람에 처참하게 부서져 나뒹굴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런 날씨에 나의 최애 외출복은
방수가 되는 모자 달린 점퍼이다.
비가 이렇게 자주 내리고 바람도 부니
일단 모든 옷에 후드가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패션의 획일화랄까. 왜 외국사람들이 후드티를 즐겨 입는지 이해가 된다.
선호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와 적응의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이런게 이민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것.
그래서 삶은 웬만해선 무료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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